까마귀 - 원숭이보다 똑똑한 새
한국에서는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두고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까마귀는 머리가 굉장히 비상합니다.
까마귀는 까치,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 최상위권 지능을 가지고 있고 동물 전체로 보더라도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까마귀의 지능을 알 수 있는 사례들
1. 부피 개념을 이해한 까마귀
이솝 우화를 보면 까마귀가 병 속에 든 물을 마시기 위해 돌멩이를 여러개 주워 병 속에 넣어 수위를 병 주둥이 부근까지 올라오도록 만든 뒤 마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동화속 뿐 아니라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까마귀의 지능을 테스트한 적이 있는데 부리가 닿지 않는 긴 병 속의 물 위에 떠있는 곤충을 놔두었는데 동화처럼 돌을 주워다 벌레를 건져먹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주변에 돌들을 크기는 같지만 무게가 다른 블록들로 배치하였는데 물에 뜨는 가벼운 블록은 무시하고 무거운 블록만 집어서 수위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는 까마귀들이 밀도와 부피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었습니다.
2. 주변 환경 & 도구 활용
까마귀들은 호두를 깨먹기 위해 차로에 호두를 떨어뜨린 후, 호두가 차에 밟혀 깨지자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렸다가, 유유히 도로로 걸어가 호두를 먹는 사례를 비롯해 부리로 나뭇가지를 물어 나무 줄기 구멍 속의 애벌레를 꺼내먹는 내용이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물이 든 페트병을 보고 스스로 여는 것에 한계를 느끼자 사람에게 병뚜껑을 부리로 건드리며 열어달라고 요구한 까마귀도 있었습니다. 이는 뚜껑을 열어야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과 사람은 이것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3. 까마귀 자판기
이러한 지능을 사용하여 해외에서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먹이를 제공하는 까마귀 자판기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다른 모든 새들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오직 까마귀만 이 매커지즘을 이해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까마귀가 쓰레기를 멀리서 주워와 의도에 맞게 활용되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단순히 무게에 따라 먹이가 나온다는것을 깨달은 까마귀들이 무거운 돌만 주워왔다고 합니다.
까마귀가 똑똑한 이유
1. 뇌의 발달
도대체 까마귀의 뇌는 다른 새들보다 무엇이 특별하길래 이렇게 높은 지능을 보이는 걸까요? 사실 예전에는 조류의 뇌는 포유류에 비해 지능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뇌에서 학습과 기억, 사고 등 지능과 관련 깊은 부위는 대뇌 바깥쪽의 신피질인데, 조류의 뇌에는 이 신피질이 없다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지난 2020년, 독일의 보훔 루르대학교 신경생리학과의 마틴 스타초(Martin Stacho) 박사는 쥐와 비둘기의 뇌 신경망을 3차원 영상 기술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쥐의 신피질에서는 수직과 수평의 신경망들이 교차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틴 박사는 조류의 뇌 중 팔륨이라는 부위에서 쥐의 신피질과 똑같은 구조의 신경망을 발견했죠.
즉, 조류의 뇌에는 신피질은 없었지만, 팔륨에서 이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인지신경과학자인 펠릭스 박사는 까마귀는 비둘기, 닭, 타조 같은 새보다 팔륨에 분포하는 신경세포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까마귀의 팔륨 무게는 2g으로 7.5g인 타조의 팔륨보다 3.7배나 작았지만, 팔륨에 분포한 유런은 약 3억 개로 타조보다는 1.5배, 비둘기나 닭보다는 3배 이상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는 어떨까요?까마귀의 뇌와 원숭이의 뇌를 보면, 까마귀의 팔륨의 비중이 원숭이의 신피질 비중보다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절대적인 뉴런의 개수도 까마귀가 더 많았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찰스 대학교의 동물학자 파벨 박사는, 지능은 뇌의 크기도, 체중 대비 뇌의 질량도 아닌 뇌 속 신경세포의 밀도로 좌우되는데, 똑똑하기로 유명한 까마귀나 앵무새의 경우 그 밀도가 일반적인 영장류보다 2배나 높다면서 이들의 지능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 인류와 비슷한 생활, 성장 방식
까마귀는 번식을 맞이하기 전 청년이 되면 다른 개체들과 무리를 이루는데, 이때 이들은 서로 협력해 다른 무리를 공격하기도 하고 먹이가 있는 곳을 공유하며, 이 과정에서 집단 내 위계가 생긴다고 합니다.
심지어 짝짓기 후 무리 생활을 하지 않게 되어도 과거 자신과 같은 그룹에 속했던 그룹원들을 구별할 수 있고, 또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도 기억합니다.
이렇듯 까마귀는 여타 새들보다 복잡한 사회 생활을 하는데 이런 집단 생활이 까마귀의 뇌가 고도화되는 선택 압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인류가 집단을 이루며 서로 협동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커졌다는 사회적 지능 가설과 맥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까마귀는 사람과 비슷하게 긴 유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까마귀들은 최대 4년까지 부모로부터 먹이를 공급받고 사냥이나 도구 사용 등 다양한 생존 방법을 배우는데 비행 방법만 배우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다른 새들과는 사뭇 다른 행동 양식입니다.
까마귀의 이런 긴 유아기와 양육 방식은 인간과 돌고래 등 영리한 포유류들과 유사하며, 이는 뉴런의 신경 밀도 증가와 인지 능력의 확장으로 이어졌을 거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