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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생 

1985년 9월 10일 일본 오사카 52세의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그의 행적을 조사해보니 그는 낚시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 음료 자판기에서 오로나민 씨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만 뽑은 자판기에서 두개가 나왔고 그는 그 두병을 모두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병을 마신 나흘 뒤인 9월 14일 그는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결국 심근 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서는 사건 이전에 어떠한 심장 질환이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마신 오로나민씨

부검 결과,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심근경색의 원인은 파라콰트 중독으로 밝혀졌고 그것은 그가 자판기에서 먹었던 오로나민 씨에서 검출되었습니다.(파라콰트는 우리가 흔히 '그라목손'으로 알고 있는 제초제입니다.)

 

누군가가 파라콰트를 탄 음료수 병을 몰래 자판기 안에 집어넣었고, 그것을 마신 중년 남성이 사망했던 것이었습니다.

 

끔찍한 독약인 파라콰트 

이 사건의 가장 끔찍한 점은 파라콰트의 특성에 있었습니다.

식물에 뿌려진 파라콰트는 식물 내에 유기물과 산소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생성하는데 이로 인해 광합성이 차단되고, 일반적인 산소와 달리 불안정하고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활성산소가 생체 분자를 파괴하는 일련의 과정에 따라 식물이 단시간 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인간의 신체 내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때문에 파라콰트를 마신 사람은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열흘 가량 끔찍한 고통을 겪다 목숨을 잃게 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현대 의학으로는 이 과정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3가지가 있습니다.

 

1. 해독제가 없다.

끊임없이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는 파라콰트 앞에서는 항산화제도 무의미한 수준인데요. 파라콰트가 흙에 닿으면 중화된다는 특성을 이용해 흙을 투여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파라콰트를 완벽하게 해독하지는 못합니다

 

2.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를 죽이게 된다.

 파라콰트에 중독된 환자들은 산소가 드나드는 폐가 섬유화되며, 호흡이 부족하여 사망하는데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를 위해 산소 마스크를 씌울 경우, 활성산소의 생성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3. 죽을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점은 위의 과정이 무한히 반복됩니다. 파라코트는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소모되지 않고 단순히 매개체, 즉 촉매로서의 역할만 하기 때문에, 신체 내에 유기물과 산소가 공급되는 한 무한히 활성산소를 생성해 낼 수 있습니다.  즉 죽을때까지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며 환자는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사건들

그리고 그 죽음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9월 11일 오사카에서 약 2시간 가량 떨어진 미에현 마츠자카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집 근처 자동 판매기에서 리얼 골드를 뽑아 마셨던 22세의 대학생도 메스꺼움을 느꼈고 응급실로 이송된 후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그 학생도 부검이 이루어졌는데 그 학생에게서 나온 물질은 다이콰시라는 농약이었습니다. 

 같은 수법의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자, 경찰은 이 사건을 연쇄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목격자도, 특이할 만한 점도 없었으며, 범행 대상 또한 목적과 이유를 불문한 무작위였기 때문이죠.

범인은 어디 잡아볼 테면 잡아보라는 듯이 일본 열도 곳곳을 신출귀몰하게 옮겨 다니며, 파라콰트가 든 음료수들을 자판기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9월 19일, 후쿠이에서 삼십 대 남성이 자동 판매 기한에 콜라를 마셨다가 3일 만에 사망했으며 9월 20일, 미야자키에서는 45 세 남성이 자동 판매기에서 발견한 리얼 골드를 마시고, 이틀 만에 파라콰트 중독으로 사망합니다.

이런 끔찍한 일들은 무려 10건 이상 발생했으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결말 

수사 도중에도 계속해서 동일한 범행이 벌어졌지만, 경찰들은 범인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CCTV도 그리 많지 않았을 뿐더러, 주로 도시가 아닌 교외에 위치한 자판기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목격자 또한 여전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한 파라콰트가 너무나 구하기 쉬운 제초제여서 구매를 한 사람들을 일일히 추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 사건 이후 파라콰트를 구매하는데 제한이 생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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