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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향유고래 모카딕의 명성

모카딕이 유명세를 탄 19세기는 고래를 잡아들이는 포경산업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당시 불을 밝히기 위해서는 기름이 필요했는데 그 중 최상품으로 취급받던 것이 바로 향유고래에서 나오는 기름 향유였기 때문입니다. 

보통 고래들의 성격은 유순하여 포경선이 고래를 공격하면 반격없이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당시 시대상과 고래의 성격으로 인해 많은 고래들이 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보통 고래들과는 다른 고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카딕이라고 불리던 하얀색 몸의 알비노 향유고래였습니다. 

 모카딕은 그 크기만 해도 일반 향유고래보다 약 5~7m가 큰 27m 가량이었고 포경선을 보고서도 절대 도망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맹렬하게 공격하였습니다. 게다가 다른 고래들을 지켜주기 위해 꼬리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작살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하였고, 몸통 박치기로 보트를 아예 박살내버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고래들이 물줄기를 그저 자연스러운 호흡 과정의 일부로 사용하는 반면, 모카딕은 이를 공격으로 수직으로 물줄기를 뿜어 물대포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포경선이 아닌 일반 항선이 모카딕 근처로 지나가면 절대 공격하지 않고 같이 헤엄을 치는 등 온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포경 사업을 하는 선원들에게는 악마로 불리었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자연을 지켜주는 일종의 신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모카딕의 명성을 올리는 사건들

모카딕의 소문을 접한 수많은 포경선들은 이를 잡기 위해 근방의 해안으로 몰려들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오거나, 선원을 잃은 채 복귀하거나, 때로는 아예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1799년 에식스호 라는 포경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식스호는 강도가 강하기로 유명한 화이트 오크로 만들어졌으며, 배의 길이는 약 27미터에 달했습니다. 

1819년 8월 12일, 에식스 호는 21명의 선원을 태운채 낸터킷에서 남태평양으로 향하는 여정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포경선들이 바다를 지나가며 무차별적인 포경사업을 벌인탓에 항해를 시작한 지 4개월동안 아무런 고래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더 흘러 항해 1년차가 되던 때 드디어 그들이 바라던 고래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고래는 자신들이 알던 고래보다 훨씬 컸으며 

포경선이 자신들을 잡아서 죽인다는 것을 아는 고래들은 배가 보이면 멀리서부터 도망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고래는 도망을 가지 않았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선원들은 그 고래가 모카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모카딕은 에식스호를 향해 돌진하였고 배는 고래와 크게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큰 울림과 함께 선원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모카딕이 한번 더 배를 들이받아 에식스호는 산산조각이 나버립니다. 난파된 배를 붙잡고 가까스로 생존한 선원들은 무려 수개월 동안 바다를 표류합니다. 그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버티다가 21명 중 8명만 살아남아 구조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은 모카딕의 유명세와 악명을 더더욱 높아졌고, 더 많은 고래잡이 배들이 모카딕을 잡기 위해 칠레의 앞바다로 향했지만 모카딕은 때로는 영리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행동하며 1838년까지 총 20척의 포경선을 파괴하고, 80여 번의 추격을 따돌립니다.

 

모카딕의 최후?

1838년 모카딕은 여느때처럼 포경선의 공격으로 인해 죽어가던 다른 고래들을 도와주다가 급소에 작살을 맞습니다.

바다의 수호신 모카딕은 격렬히 저항하며 마지막까지 싸웠지만, 몸에 20개가 넘는 작살들을 맞고 결국 그날 바다 위에서 생을 다하였습니다. 

모카딕이 잡힌 당시의 이야기는 1839년 5월, 뉴욕시의 인기 저널 <니커보커 매거진>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이는 저널리스트인 제레미아 레인홀즈가 당시 포경선에 타고 있던 1등 항해사를 인터뷰하고 실은 기사였습니다. 거기서 나온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추격자들과 100번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 괴물은 정말 엄청난 크기와 힘을 가진 늙은 황소 같은 녀석이었습니다. 양털처럼 새하얀 몸통을 가지고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구름이 수평선 위를 떠다니는 것 같았죠. 화가 나면 물 속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와 그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공중에 띄우기도 했는데, 그건 진짜 자연재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리바이어던이 모카딕이 무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 그 거대한 힘은 무너져 내렸고, 바다는 진흙빛으로 물들었죠. 그 녀석의 머리에서는 무려 100배럴(1배럴당 158L)에 달하는 향유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죽은 알비노 향유고래가 모카딕이었는지는 사실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모카딕이 죽은 1838년 이후로도 포경선을 부수는 하얀 고래에 대한 목격담이 게속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이는 목격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1902년, 포르투갈 아조레스 군도 인근에서 커다란 알비노 향유고래가 또 한 번 잡혔습니다. 잡힌 고래의 나이를 과학적으로 추정한 결과 이 고래는 최소 100살은 넘는다고 했습니다. 모카딕은 1900년까지 바다를 수호하다 떠난 것이 아니였을까요? 아니면 아직도 바다 어디에서 다른 고래들을 도와주면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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