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예인선 '제스톤'이 전복되다. 

2013년 5월 26일 새벽, 아프리카 서해안 기니만에서 활발한 석유 시추 작업 중인 예인선 '제스톤'이 강한 태풍으로 인한 거대한 파도에 의해 전복되었습니다. 전복된 배는 30m나 되는 바다의 바닥에 쳐박혔고 그로인해 배 선실은 빠르게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예인선 'Jascon-4'

당시 서해안 기니만은 해적들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그로인해 선원들은 밤이 되면 모든 선실의 문을 잠그고 잠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당시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었고 새벽에 전복된 바람에 이미 잠을 깨서 상황을 알아챘을때는 물이 많이 차올랐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선원은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사람, 해리스 오제 그바 오케만은 배가 완전히 전복되고도 살아남아있었습니다. 

 

해리스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해리스는 배의 요리사였습니다. 요리사인 그는 항상 아침 식사준비를 위해 4:40분에 기상을 했고, 식사 전 화장실을 갔는데 마침 그 때 배가 전복이 되기 시작했었습니다.  게다가 운이 좋게 그 화장실에 자그마한 에어포켓이 생겨 잠시나마 생존이 가능한 산소를 확보하게 되었죠.

 

작은 에어포켓에서 처음 몇 시간을 보낸 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자신의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는 용감하게도 더 큰 에어포켓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두컴컴하고 물에 잠긴 선내를 더듬어 가며 그는 선장실을 향해 이동했고 결국 선장실에서 더 큰 에어포켓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빛 한조각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주변에는 큰 바다생물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바다는 차가웠습니다. 말그대로 희망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리스는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선내에서 발견한 드라이버와 망치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주변의 재료들을 활용해 임시 뗏목을 만들어 그 위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구조를 시작하다.

침몰한 예인선을 운영하던 석유회사 쉐브론은 사고를 인지한 즉시 구조 작업을 시작하고자 했으나, 강한 파도로 인해 즉각적인 구조 작업이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다이버들을 30m 아래로 보내기 위해 감압을 도울 다이빙 배 등의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모든 준비가 완료되는 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구조대의 목표는 사실 구조가 아니라 사체 수습이였습니다. 시체라도 수습하여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얼마 안가 해리스를 발견한 구조대들은 당황하였으나, 최선을 다해 구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았습니다. 이미 60시간이 흐른 상황에 해리스는 너무 지쳐있었으며, 바로 나가더라도 압력차이로 인해 장기가 터지고 잠수병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였죠. 

 

 구조대는 해리스를 안심시킨 후 다이빙 벨(dive bell : 사람의 압력과 바깥 공기의 압력을 맞추어주는 기계)로 이동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에어포켓에서 나가자마자 긴장이 풀리고 60시간의 피로가 한번에 몰려온 해리스는 그만 기절해버리고 맙니다

 위기는 있었지만 어찌저찌 다이빙 벨로 무사히 해리스를 이동시킨 후 거기서 3일동안 압력을 맞춘 후 해리스는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구조된 후의 해리스

당시 해리스가 지냈던 에어포켓은 2.5일 정도 지낼수 있는 크기였다고 합니다. 해리스가 60시간을 거기서 지낸것을 생각하면 구조대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날뻔한 상황이었죠. 

구조된 해리스

 이런 극악상황에서 나온 해리스는 행복하게 지낼 것 같았지만 사실 그러지 못했습니다. 

 

PTSD를 겪는 해리스 

해리스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사고 당시의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특히 밀폐된 공간이나 물가에 대한 공포감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이 트라우마는 수년간의 훈련 끝에 IMCA 클래스 2 상업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하며, 극복했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해리스

그러나 해리스의 고향인 나이지리아에서는 그의 생존을 둘러싼 미신과 오해가 확산되었습니다. 일부는 그가 흑마술을 사용했다거나 동료를 희생시켜 자신만 생존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로 인해 해리스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고, 심지어 동료들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어려워했습니다.

 

정말 다른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영웅 취급을 받았을텐데 안타깝네요.. 

 

 

반응형

+ Recent posts